반응형 가을1 가을이 좋다. 가을 아침을 살아서 맞는 일은 기적이다. 가을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질서를 세우며 강한 고요를 안쪽에서부터 확장해간다. 하늘은 청명하고, 모과나무 가지에서 모과가 익어갈 때 제 궤도를 도는 행성은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물은 언제나 더 낮은 곳으로 흐른다. 한해살이풀들은 시들어 버석거리고, 철새는 기하학적 편대를 이루고 북쪽에서 날아온다. 하지만 저탄장에 쌓인 석탄은 더 이상 까매질 필요가 없고, 젖소에게서 짜낸 젖은 더 이상 하얘질 필요가 없다. 가을은 외롭고 슬픈 영혼들의 합주로 완성된다. 달이 가을밤의 지휘자라면, 물은 겸손하게 낮은 곳에서 저음의 음역대를 맡고 밤의 정적을 깨며 우는 풀벌레들은 높은 소프라노 파트를 맡는다. 가을에는 누군가에게 고해성사를 하고 싶다. 대성당의 늙은 신부이든 해안에 뒹.. 2022. 10. 18. 이전 1 다음 반응형